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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지구 생명의 열쇠


초승달이 달 가까이 반짝이는 별 하나를 거느리고 서쪽 하늘에 걸려 있다. 하늘 여기 저기 더 훑어본다. 달에서 멀리 떨어진 하늘에 작은 별 하나가 바늘자국만하게 보인다. 약한 별빛이다. 자세히 바라보노라니 그 옆에도 또 별이 보인다. 별들이 하나씩 둘씩 계속 눈에 들어온다.
숨은그림찾기라도 하듯 별들을 더 찾아본다. 꽤나 많은 별들이 눈에 잡힌다. 별을 헤아려 눈에 담았다가 별들을 다시 하늘에 놓아둔다. 며칠 전 천체 물리에 관한 책을 읽은 터라 저 별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별들은 있어야 할 자리에, 다른 별과 떨어져야 할 거리에 딱 들어맞게 ‘그 자리’에 있다고 한다. 별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밀한 우주법칙에 따라 제 자리에서 운행하고 있다.
달도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다. 기이한 것은 크기가 엄청 다른 해와 달이 우리 눈에 똑같은 크기로 보인다는 것. 그런 점은 별로 생각해보지 못한 터라 그 까닭에 관심이 간다. 지구 하늘에서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은 이유는 달이 태양보다 400배 작은 대신 지구에 400배 더 가깝기 때문이다. 뭐 이게 무슨 특별한 이야기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태양계 내 행성들 중 하늘에서 태양과 달이 크기가 같게 보이는 건 이 우주에서 오직 지구뿐이라면 어떨까.
세상에, 이런 우연의 일치는 천체의 어느 행성-위성 사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라는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이유이다. 만약 우리 눈에 태양은 솥뚜껑만하고 달은 접시만하게 달리 보인다면 사람 눈에 좀 성가셨을 것 같다. 밤에는 쬐그만 달이 뜬다면 말이다.
그런데 놀라지 말라. 오늘 밤 서녘 하늘에 눈썹달로 떠 있는 저 달이 우리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전말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재주는 없으므로 대강 말하면 이렇다. 바다의 조수 현상으로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늦어지고 있는데 여기서 달이 에너지를 얻어 지구로부터 아주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다는 것. 1년에 3.8cm씩. 이 ‘조금씩’이 쌓여 10억 년 후엔 현재 지구-달 거리의 10분의 1인 3만 8000km나 더 멀어져 44만 km 떨어져 있게 된다. 그럼 어떻게 될까.
달과 헤어진 지구는 일대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된단다. 그 동안 지구의 자전축을 23.5도로 유지시켜 계절을 만들어주던 달의 영향력이 사라지면 자전축이 변하게 된다. 탄허 스님 말대로 자전축이 똑바로 서게 되어 우리나라 서해안이 융기할 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 자전축이 태양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지구에는 계절이 사라지고, 북극, 남극 빙하들이 다 녹고, 지구 생물은 멸종하게 될 거라고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이런 이야기가 여름밤 납량 읽을거리로서는 딱일지 모르지만 달이 지구로부터 멀어지면 기온은 극단적으로 변해 물을 증발시키고 빙하를 녹여 해수면이 수십 미터 상승하게 되고, 흙먼지 폭풍과 허리케인이 수 세대 동안 일어나 지구가 엉망이 되어버린다. 으스스하다. 달의 보호가 없다면 결국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니. 달이 없다면 오늘의 지구도 없다는 이야기다.
대충 이런 지식을 갖고 달을 바라보니 달이 엄청 고마운 존재로 빛나 보인다. 달에게 여름 들판의 꽃다발이라도 하나 바치고 싶어진다. 달이 지구의 위성이라고 ‘을’로 취급해온 인식이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달은 지구의 동반자다. 아니, 달은 지구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달이 지구 생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달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 지내왔지 싶다.
이런 생각을 하노라니 여름밤이 갑자기 얼음에 덮인 듯한 느낌이다. 하긴 그때까지 인류라는 종이 살아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열대야에 시달려 잠이 오지 않는 밤, 하늘이라는 거대한 책을 펴놓고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태양과 달과 지구, 그리고 눈에 보이는 다른 별들도 한 가족처럼 느껴진다.
인류는 계속 존속하게 될 것인가. 인류가 영원히 살아가려면 별들이 모두 제 자리에 있어 주어야 한다니. 이런 터무니없는 공상에 갑자기 지구가 귀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달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잠시 지구를 떠난 상상을 불러들인다. 자질구레한 일상의 일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고통, 괴로움 같은 것이 싹 씻겨나가는 것 같다. 하찮은 일에 얽매어 아등바등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대체 얼마나 미욱한지 잠시나마 정신이 차려진다. 하늘이 저렇게도 무궁한 것이 우연의 산물이라면 우연이 바로 우주의 법칙이 아닐까.
우리가 지구별에 태어난 것도 우연의 산물이다. 그러니 영원 속에 잠시 허여된 삶의 시간에 충실해야 할 것만 같다. 그것이 우주의 명령이다. 달이 멀어지면서 말한다. 내가 지켜줄 동안 열심히 살라고. 개미도 나비도 꽃도 나무도 우주의 섭리에 순종하며 산다. 인간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각기 서로를 지켜주는 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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