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소개하는 광주의 역사, 문화, 자연, 인물의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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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기우제문〔無等山祈雨祭文〕 - 동강유집 제12권
서구문화원
날짜 2020-10-07 17:42
무등산 기우제문〔無等山祈雨祭文〕 - 동강유집 제12권 / 제문(祭文) : 동강(東江) 신익전(申翊全, 1605~1660)
정해년(1647, 인조25) 5월 15일 을묘에 행(行) 광주 목사(光州牧使) 신 모는 삼가 희생과 술을 갖추어 감히 무등산(無等山) 신령께 밝게 고합니다.
아, 지독합니다. 이 백성들의 고난이 어찌 이처럼 혹독하단 말입니까. 병자년과 정축년 호란 이후로 한 해도 흉년에 고통받지 않은 해가 없습니다. 또 국가에 일이 많은 탓에 때아닌 부역과 부득이한 세금이 매월 발생하는데 남쪽 지방은 또 양서(兩西 평안도와 황해도) 대신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어 전염병마저 돌아 열에 네다섯은 죽었으니, 장래에 피폐한 백성들을 살릴 희망은 오직 금년 농사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 5월에 절기도 망종(芒種)이 지났건만 열흘이 넘도록 해만 쨍쨍 뜨고 비가 오지 않는단 말입니까.
논밭은 메말라 갈라지고 도로엔 먼지만 날리고 있으니, 밭 갈던 자들은 쟁기를 멈추고 모내기 하던 자들은 속수무책입니다. 물줄기는 바닥을 드러내려 하고 샘물은 메말라가고 있으니, 가련한 저 백성들이 어디에서 복을 받아 죽어가는 목숨을 부지하고 허다한 세금을 낼 수 있겠습니까.
이는 참으로 성상께서 편안히 있을 수 없는 일이요, 여러 신하들이 게을리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날마다 여러 산천에 망제(望祭)를 올리며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처럼 보잘것없는 사람이 벼슬자리에 올라 한 고을을 다스리면서 이런 어려움을 보고서도 폐단 하나도 제거하지 못하고 은혜 하나도 베풀지 못하여 고을 백성들을 구제하기는커녕 굶주림에 허덕이게 하여 성상의 근심을 나누는 지극한 책임을 거듭 저버렸으니, 제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어찌 감히 스스로 편안히 여기면서 고을 진산의 밝으신 신령께 경건히 정성을 올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 나라는 백성에게 의지하고 백성은 신령을 따르는데, 신령이 의지하는 것은 또한 나라와 백성입니다. 하늘은 오로지 살리기를 좋아하고 신령도 반드시 그렇건만 이런 재앙의 징조가 보이는 것은 저와 같은 자가 그저 먹고 마시기만 할 뿐 제대로 직분을 수행하지 못한 탓이니, 저 서민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아, 이 백성들이 일정한 생업이 없어 선한 본심을 잃은 지 오래되었습니다만, 세금 내는 기한을 어기는 자들은 드뭅니다. 아침에 와서 ‘포백(布帛)을 내라’ 하면 그 명령대로 따르고, 저녁에 와서 ‘속미(粟米)를 내라’ 하면 그 명령대로 따르고, 또 다음날 ‘무슨 부역에 나오라’ 하면 또 그 명령대로 따르면서 조금도 지체하지 않으니, 이것이 어찌 진실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겠습니까. 단지 두려워서 그런 것뿐입니다.
목민관(牧民官)이 되어 폐단을 제거하고 은혜를 베풀지도 못한 처지에 백성들만 두려움에 떨게 하였습니다. 또 태형(笞刑)을 치고 구금하는 것으로 태만한 자를 감독하기만 하였을 뿐, 간악하고 교활한 자들이 권세를 믿고 수탈하는 것을 또 살피지 못하였으니, 이야말로 하늘이 노할 만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이 백성들은 노할 만한 실정이 없고 오로지 불쌍히 여길 점만 있으니, 오직 하늘을 받드는 신령께서 지성으로 올리는 저의 기도를 어찌 살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이에 한 고을 백성들의 염원을 모아 삼가 밤을 새워 목욕재계하고 제사를 올립니다. 성심으로 바라건대, 산신령께서는 살리기 좋아하는 하늘의 도를 속히 본받아 가련한 이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단비를 흡족히 내려 온 천지에 고루 스며들게 하심으로써 쟁기질 멈추었던 자들이 깊이 밭 갈고 속수무책으로 있던 자들이 수월하게 모내기하도록 해 주소서. 그렇게 된다면 풍년을 기대할 수 있고 백성들의 생업이 풍족하게 될 것이니 신령의 은혜가 클 것입니다. 제가 감히 게을리할 수 있겠습니까. 아, 흠향하소서.
- [주-D001] 백성들이 …… 오래되었습니다만 :
- 《맹자》 〈양혜왕 상(梁惠王上)〉에 “일정한 생업이 없어도 언제나 선한 본심을 견지할 수 있는 것은 선비만이 가능한 일이다. 백성의 경우엔 일정한 생업이 없으면 선한 본심을 지킬 수 없게 된다.〔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라는 말이 나온다.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누리집 게시물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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