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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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소개하는 광주의 역사, 문화, 자연, 인물의 이야기 입니다.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서는 광주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문화 이야기를 발굴 수집하여 각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주역각시

서구 매월동 회산懷山마을 출생으로 선조가 호남의 충의신이라 극찬했던 임진왜란 때의 공신 회재懷齋 박광옥朴光玉(1526~1592) 선생에게는 영특한 따님이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사서삼경四書三經을 통달하고 동물 소리까지 알아듣는, 총명한 재주를 지녔지요. 그 따님의 나이 과년(여자 나이 15.16세 때를 이름)이 되어 전북 남원의 명문가로 이조판서를 지낸 노정盧楨(1518-1578)의 아들과 혼례를 올렸지요.

결혼 첫날밤에 신랑과 함께 자리에 누워 있다가 방구들에 숨어있던 쥐들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웃은 것이 화근이 돼 시집에서 퇴박을 맞고 말았습니다. 식혜를 놓고 쥐들끼리 나누는 대화였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요.

"쥐 한 마리가 식혜항아리에서 단맛이 나 그것을 먹고 싶은데 항아리가 미끄러워서 올라가지 못한다고 말하자 다른 쥐가 항아리 밑의 흙을 파면 결국 항아리가 엎어질 것이고 그 때 먹으면 되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어요."

이처럼 쥐의 이야기를 들은 새 신부가 잠자리에서 웃자 옛 남자를 잊지 못해 웃는 것이라면서 시집에서 퇴박을 맞게 된 것이죠. 엉뚱한 트집이었지만 그때 당시의 풍습으로 갓 시집 온 양가집 규수가 신혼 첫날밤에 웃는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어요. 아무리 변명을 해도 소용이 없었죠. 결국 그녀는 결혼 첫날밤 이후 친가에서 보내게 되었지요. 남편과의 접촉이 일체 끊어진 상태에서 그 억울한 이야기를 씻을 길도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흘러간 뒤의 일이었습니다. 나뭇잎이 짙은 초록빛으로 물든 초여름 어느 날, 시아버지 노정공盧禎公이 불쑥 이곳 사돈댁을 찾아왔어요. 사돈 박 회재 선생과는 전부터 친숙한 사이로 자식들 간의 불합不合은 그렇다 해도 옛 친구의 두터운 정리情理까지를 저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죠. 노공盧公은 사돈댁에 들어는 길에 집 앞의 큰나무에 제비집이 있고, 그 안에는 아직 제대로 거동하지 못하는 제비새끼가 있는 것을 보았지요. 노공은 정말로 며느리가 쥐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인지 시험해보기 위해 일부러 제비 새끼 한 마리를 도포 속에 넣고 집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노공은 자부子婦의 인사를 받고 차려 내온 술잔을 손에 들면서 사돈 박공에게 사과 겸 이렇게 말을 꺼내는 것이었어요.

"영조英祖 임금께서는 아드님 장묵세자(사도세자思悼世子)를 뒤주 속에 가뒀다지만 우리야 어디"

하고 씁쓸한 얼굴로 말끝을 흐리는 거예요. 자기 말을 듣지 않고 아내를 퇴박한 아들을 탓하고 자신의 무위無爲를 자책하는 말이기도 했지요. 박공朴公은 그저 쓸쓸히 웃을 뿐 별다른 말이 없자 방안 분위기는 금방 무겁고 침울해졌어요. 그때 대문 옆의 큰 나무에 어미 제비 한 마리가 날개 짓을 하면서 우는 것이었어요. 노공은 이 때 며느리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 대문 옆 저 나무의 제비는 이 댁에 손님이 왔는데도 왜 저렇게 슬피 우는지 모르겠구나."

다소곳이 꿇어앉아 술시중을 들고 있던 자부子婦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한 말투로 술을 따르면서 대답을 했습니다.

"아버님 , 어서 약주 드셔요. 저 어미 제비가 저리도 슬프게 우는 이유는 내 새끼가 이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기로도, 가죽으로도, 털로도 쓰지 못하니 돌려달라고 하네요. 아버님 도포 속에 있는 제비새끼를 놓아 주십시오."

과연 어미제비 한 마리가 이쪽을 보고 슬픈 목소리로 재잘거리고 있었습니다. 노공은 조용히 일어서서 도포 속에 넣고 온 제비새끼를 꺼내어 마룻바닥에 놓아주었어요. 그러자 어미제비는 재빨리 그것을 입에 물고 날아갔습니다. 그래서 박광옥 선생 따님에 대한 오해는 완전히 풀리고 신원伸寃은 되었지만 노씨 문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때가 늦어버렸어요. 그녀는 일생을 친정에서 지내면서 아버지를 도와 막대한 가산을 이루게 하고, 그 재산으로 임진왜란 때 군량미를 제공했으며 개금산에 노적가리를 쌓아 군량미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많은 창의倡義를 도와 큰 공훈을 세우게 했습니다.

그녀는 사서는 물론, 주역까지를 통달하여 만물을 꿰뚫어보고 심지어 짐승의 말소리까지를 알아듣는 재능을 추앙하여 세칭 주역각시라는 칭호로서 지금도 널리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임종할 때 한 유언 내용은 예지력까지 보여줘 그의 영특함이 죽는 순간까지도 발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요.

"‘나는 끝내 친정에서 생을 마치고 이곳에 묻히지만 앞으로 세월이 흘러 시집이 7대손을 지나면 나를 이장해 갈 것이니 그 때까지만 잘 부탁한다고 말하고는 눈을 감았지요. 그런데 이렇게 묘를 쓴 후 200여년이 지나 그 말대로 노씨 문중의 7대손이 이장해 가 지금은 남원 땅 노씨 문중 선산에 묻히게 되었어요. 후대까지를 내다보면서 묏자리를 썼는데 유언처럼 후손들이 이장해 간 것이죠. 그의 시신도 거의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고 해서 더욱 놀라게 했다지요."

그때의 묏자리는 현재 순천 박씨의 묘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 모부인 수연가母夫人壽宴歌

日中(일중) 金(금)가마괴 가지 말고 내 말 들어
너는 反哺鳥(반포조)라 鳥中(조중)의 曾參(증삼)이니
오날은 날을 위하야 長在中天(장재중천) 하얏고자
   - 노정 盧禎(1518-1578),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반포조 = 까마귀. 까마귀는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주어 효성을 다한다고 한다.
조중의 증삼 = 새 가운데 효성이 지극한 새. 증삼(증자)이 효자였기에 한 말이다.
장재중천 = 하늘에 오래 머물다.

 * 이 시조는 작가가 연로하신 어머니의 생신잔치에서 어머니의 만수무강을 빌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노정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형조참의, 도승지 등의 벼슬을 지냈다. 호는 옥계玉溪). 1537년 생원시에 급제한 뒤 지례현감이 되었는데, 선정을 베풀어 청백리에 이름을 올렸다. 뒤에 예조판서, 이조판서에 내직을 받았으나 병 때문에 나아가지 못했다. 어머니께 지극한 효도를 해서 정문旌門이 세워졌다. <옥계집>玉溪集이 있다.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누리집 게시물 참고자료

저자(연도) 제목 발행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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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동구청(2021) 동구의 인물2 광주광역시 동구청
광주시남구역사문화인물간행위원회(2015) 역사를 배우며 문화에 노닐다 광주남구문화원
광주남구문화원(2001) 광주남구향토자료 모음집Ⅰ 인물과 문헌 광주남구문화원
광주남구문화원(2001) 광주남구향토자료 모음집Ⅱ 문화유적 광주남구문화원
광주남구문화원(2014) 광주 남구 마을(동)지 광주남구문화원
광주남구문화원(2014) 광주 남구 민속지 광주남구문화원
광주남구문화원(2021) 양림 인물 광주남구문화원
광주동구문화원(2014) 광주광역시 동구 마을문화총서 Ⅰ 광주동구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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