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卓愼(1367~1426)의 본관은 광주(光州). 자는 자기(子幾)·겸부(謙夫)·계위(係危), 호는 죽정(竹亭)이다. 평장사 탁영卓英의 증손으로 조부는 직제학 탁문위卓文位이고, 아버지는 좌간의대부 탁광무卓光茂이고 어머니는 판종부시사 박지연(朴之衍)의 딸이다.

1389년 생원으로 식년문과에 동진사同進士로 급제하였으나 부모가 연로하여 고향에 돌아와 감지甘旨를 지내고, 아버지가 병사한 뒤 1398년 효행으로 천거되어 우습유右拾遺가 되었다.

용담현령을 거쳐 1404년 사간원좌정언에 임명되었고, 장령에 승진되었다. 1408년 집의를 거쳐 그 해 8월 언관으로서 태종의 사위 평양군平壤君 조대림趙大)이 군사를 발병한 사건에 그의 죄를 청하는 소를 올렸다. 이로 인하여 태종의 노여움을 사 1409년 나주에 장형杖刑 후 유배되었다. 곧 사면되어 1410년 전농시정典農寺正, 사성에 임용되었다. 1419년 예문관제학을 지냈고 1423년 의정부참찬에 올랐다.

경렴정 탁광무(卓光茂)와 죽정 탁신(卓愼)의 시(詩)는「경렴정일고(景濂亭逸稿)」에 있는 시가「동문선(東文選)」에 실릴 만큼 탁월하게 뛰어난 명시(名詩)로 평가받는다. 문종이 세자 시절에 으뜸 스승으로 애도한 제문을 직접 지어 보냈던 신망 높은 대신이었다.

탁광무의 경렴정집이 5권1책으로 되어 있는 데 이중 권3,4는 탁신의  탁신(卓愼)의 문집인 『죽정집(竹亭集)』으로 시 52수, 부록으로 제현(諸賢)들의 시 44수, 죽정고적(竹亭古蹟)·축문·정미갑계(丁未甲稧)·광산세고구서(光山世稿舊序) 각 1편이 있다.

『죽정집』 가운데 「차남구암증야은운(次南龜菴贈冶隱韻)」은 남재(南在)가 길재(吉再)에게 지어준 글을 차운한 것으로, 백이숙제(伯夷叔齊)의 높은 절개를 길재가 계승하였다고 칭송하였다. 「만문제학(挽文提學)」은 문익점(文益漸)을 애도한 만사로서, 충성과 효도를 겸비한 문익점이 아깝게 일찍 죽어서 정부와 학계에 손실이 크다고 슬퍼하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편에는 그가 병사하자 선비들이 모두 그를 애석히 여겼다. 부고가 들리니 3일 동안 조회를 정지하고, 시호를 문정文貞이라고 내렸다.

그는 이르기를 “소학小學은 곧 학자로서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이라”하여 배우러 오는 사람에게 반드시 이 책을 다 읽힌 다음에 다른 책을 가르쳤다. 그는 경학經學에 밝았고, 무예·음률에도 능하였다.

탁신의 둘째 부인이 광주 정씨이므로 이때 이미 광주 토반에 들었던 것 같다.  성주의 오계사梧溪祠에 배향되었다. 탁신(卓愼)의 위패를 모신 경북 안동시 길안면 구수리 세덕사(世德祠ㆍ경북민속자료 제37호)는 1987년 임하댐 건설로 현위치로 이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