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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

서구 덕흥동

유덕동의 덕산은 야트막한 산이다. 예전에 동네 사람들은 똥뫼라 불렀다. 해발 30m에 불과하여 산처럼 보이진 않지만 주변으로 넓고 평탄한 들녘이 펼쳐져 있어 멀리서도 금방 눈에 띈다. 덕산이라는 이름에는 큰 산이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예전에는 드넓은 들판에 우뚝 솟아있어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던 듯하다. 지난 수년간 이 산만한 높이의 건물들이 주변에 쭈뼛쭈뼛 들어서면서 지금은 예전만큼 그렇게 도드라져 보이지 않다.

덕산에는 오래된 노거수가 있고 정월대보름(음력 정월 14)에 당산제를 지낸다. 예전에 12당산이 있었는데 지금은 3당산만 남은 듯 하다. 1990년대 초까지 당산제를 지내다 농악을 할만한 사람, 젊은 사람들이 크게 줄어 당산제를 지내지 않다가 2018년에 복원했다.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 산은 동학농민전쟁과 관련이 깊은 장소다. 189412월 동학농민군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거듭된 나주 공략이 연거푸 수포로 돌아가고 북쪽에서는 전봉준의 농민군이 관군에게 패했다는 소식이 연일 날아들었다. 결국 전봉준은 태인전투에서 패한 뒤 군대를 해산하고 장성 갈재를 거쳐 순창으로 몸을 피하는 중이었다. 관군은 그의 행적을 쫓아 언제든 갈재를 넘을 기세였다. 이 때 전남지역을 총괄하던 동학지도자 손화중은 농민군을 이끌고 덕산이 머물렀다.

당시 덕산에는 태인전투에서 패한 농민군도 있었다. 그들은 고향으로 되돌아갈 수도, 오던 길을 되밟아 북쪽으로 발길을 돌릴 수도 없었다. 그들을 토벌하겠다고 이름 없는 유생들과 아전들이 상처 입은 먹잇감에 달려드는 포식자처럼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그렇게 공을 세워서라도 보잘 것 없는 직함이라도 하나 꿰차려고 안달이었다.

농민군들이 의지할 곳은 오직 손화중이 장악하고 있던 광주뿐이었다. 나주공략이 실패했지만 그들에겐 아직 덕산에서 진영을 갖출만한 여력이 있었다. 그들이 이곳에 유진留陣할 무렵은 추운 겨울이었다. 덕산은 살을 에는 북풍을 막아줄 산치고는 너무 작았다. 사방도 툭 터져 있었다. 한여름이라면 모르되 많은 군사가 머물기에는 분명 적합한 장소는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에 유진한 것은 그간 나주 공략 때 겪은 뼈아픈 실패 때문이었을 것이다.

1894년 내내 나주는 완강했다. 감영이 있는 전주 공략에도 성공했던 전봉준까지 내려와 나주목사 민종렬과 담판을 지으려 했지만 나주는 백기를 내걸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방비를 다지고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나주에 대한 공략은 크게 세 차례에 걸쳐 시도됐다. 첫 번째는 황룡강변인 선암장터(광산구 호남대 근처)에 본진을 두고 선발대를 나주 접경인 광산구 동곡동의 침산까지 내려 보냈다. 이러한 농민군의 공세에 나주 수성군도 은밀히 야산지대를 파고들어 침산에 이르렀고 벼락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기습을 가했다. 수적 우세를 믿고 방심했던 농민군은 부리나케 황룡강 쪽으로 내달렸고 수성군은 그들을 쫓아 선암나루(호남대 남쪽 강변) 앞까지 몰려왔다. 농민군의 명백한 패배였다.

두 번째 공략은 나주 남쪽에서 이번에도 농민군의 선제로 시작됐다. 무안과 함평 등지에 전갈을 넣어 손화중과 최경선의 군대가 나주 북쪽에 머물며 수성군의 눈을 빼앗는 동안 나주의 약한 지역인 남쪽을 가격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수천의 농민군이 기세등등하게 나주 다시면 일대의 세곡을 털어 군량으로 삼고 북상했다. 하지만 기습이라 하기엔 그들의 규모는 너무 컸고 행군도 떠들썩했다. 금세 남쪽에서 농민군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나주성에 파다하게 퍼졌고 수성군은 채비를 갖추고 다시면 쪽으로 나갔다.

접전은 고막원천에서 절정에 달했다. 농민군에게는 나주 맛재에서 고막원천에 이르는 비교적 험준한 산세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산세는 수가 적지만 화력은 더 센 수성군이 은밀히 접근하는데 유리했다. 그리고 수성군의 위력사격에 놀란 농민군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총탄과 화살에 죽은 이들보다 허겁지겁 퇴각하느라 고막원천에 빠져 익사한 이들이 더 많았다. 이번에도 농민군은 완패했다.

세 번째 공략은 그래도 전투경험이 풍부한 북쪽의 농민군에 의해 다시 시도됐다. 수성군은 여전히 나주성 밖으로 나올 조짐이 없었다. 전략적 거점을 잃을 위험이 없는 한 그들은 나주성이란 둥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손화중이 이끈 농민군은 노안면 남산리까지 들어갔다. 그들은 선발대를 보내 위력정찰을 실시해 나주성의 전력을 가늠해 봤다. 하지만 나주성의 반응은 떨떠름했다. 금방 역습을 가해 올 기미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밤 12월 남산리에는 수천의 농민군이 이런 분위기에 안도하며 결전의 시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추위에 다들 민가에 들어가 한기를 피했고 경계를 소홀히 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수성군은 야음을 틈타 침투해 들어왔고 총포를 쏘며 달려들었다. 밤의 정적을 깨는 기습에 농민군은 어찌해 볼 도리도 없이 혼비백산했다. 역시 농민군의 패배였다. 그리고 다시 제기하기 불가능하다는 우울한 결론에 도달했다. 다만, 그래도 마냥 흩어지기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짓눌렀다. 그래서 그들은 사방이 확 트인 이곳 광주의 덕산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영산강 유역에서 농민군의 마지막 유진이었다.

이들은 이후 일부는 능주로, 일부는 장흥으로 갔다. 그리고 한때 남평 관아를 점거하기도 하고 장흥과 영암 병영을 장악하기도 했지만 겨울이 다 가기 전에 장흥 석대들에서 무너졌다. 이후 피비린내 나는 보복과 학살이 뒤따랐다. 지금, 덕산에는 그 마지막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그 무엇도 없다. 다만, 높다란 언덕 위로 수령 300여 년의 느티나무만이 당시의 혼미한 기억을 홀로 품고 있을 따름이다.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누리집 게시물 참고자료

저자(연도) 제목 발행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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