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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서 문화비평 44. 광주시의 아파트 디자인 대수술, '어찌 될까?'
문화도시 광주이미지 확 바꿀 구상 보이지 않아

광주는 ‘아파트 도시’이다. 회색도시의 대표 상징인 아파트는 디자인도 없고 색채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광주시에 문화도시 광주의 이미지를 만들어갈 기본 개념이나 전략 자체가 부재한 까닭이다.

이웃 장성은 이미 ‘옐로우’전략을 굳히기에 들어갔고, 담양은 메타프로방스와 ‘라벤더’ 경관농업을 추진 중에 있다.


광주는 문화도시라고 말하면서도 도시 전체의 이미지는 전혀 그런 구석이 없다. 토요일마다 여기저기 아트축제가 열리곤 하지만 뭔가 부족하다.

이 문제는 여러 매체에서 수차례 지적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줄인다.

오는 10일 국토종합계획 광주공청회가 열린다. 여기서 시의 지역계획안은 ‘문화와 첨단이 어우러진 포용도시, 광주다운 도시’라는 비전으로 ▲문화적 포용 ▲지역적 포용 ▲일자리 포용 등 3대 목표를 제시한다고 한다.

‘문화적 포용’의 개념이 무엇일까?

주택업체들은 효율적인 수익률만 강조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35층을 훌쩍 넘기는 고층 아파트를 짓기만 한다. 그런데 광주에서 어떤 문화적 포용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평당 2천만원대를 넘어서다보니 이 때다 싶어 곳곳에 아파트 짓기가 열풍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도 한 달이면 서너건 씩 일반아파트나 주상복합아파트라는 이름을 달고 여기저기 짓는 추세다.

시민들은 걱정이 많다. 당장 짓는 것은 주택업체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이렇게 많은 아파트들을 짓다보면 인구도 줄어드는 마당에 ‘빈집아파트’가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다.

광주시는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는 업체들에게 아무런 제재도 하지 않고 무조건 도장만 찍어주고 있다. 이유는 사유재산에 집을 짓겠다는 것이라 그런 모양이다.

형식적으로 경관위원회와 건축심의위원회를 거치긴 하지만 대대적인 설계변경을 강요할 수 없다. 위원들 간에도 생각이 달라 일관성이 없다싶을 정도이다.

필자도 광주시 경관위원 중의 한 사람이다. 지난 1년 반 가량 참여하면서 느낀 것은 문화도시 광주의 아파트와 빌딩이 아무런 멋도 없고 문화적 감각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오직 건설업자의 배만 불리고 편의와 효율성만 추구하다보니 절벽 같은 아파트만 획일적으로 지어졌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광주시가 8일 이러한 아파트에 대한 대대적인 디자인 개선 작업을 진행한다고 밝혀 앞으로의 과정이 주목된다.

더불어 전국 광역시 가운데 최초로 지은 지 15년이 경과한 공동주택에 대해 리모델링 기본계획도 수립하고, 앞으로의 건립물량도 파악하는 주택통계시스템도 최초로 구축한다고 밝혔다.

우선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회색도시에서 다양성과 차별성, 안전성을 담보하는 디자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공동주택 설계 가이드라인을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보행공간 활성화를 위해 도로변에 상가를 배치하는 연도형 건축, 인근 주민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주변 가로체계와 연결된 공공공간 확보, 공동주택 측벽 및 돌출형 발코니 등을 통한 차별화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가 밝힌 이 정도 내용으로 아파트 디자인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가 될 우려가 있다.

다음으로 전국 광역시 중 최초로 지은 지 15년 이상 경과한 아파트에 대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2018년 12월말 기준 광주시 아파트는 1,082단지 40만3000여 세대이고 이중 62%인 25만1000여 세대가 15년 이상 됐다.

시는 8월 중 리모델링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해 올 하반기에는 단지별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지난 2013년 12월 주택법 등의 개정을 통해 15년 이상 경과한 아파트에 대해 수직증축을 3개 층까지 허용하는 등 관련제도가 정비된 바 있다.

또한 마을과 어울리지 않은 아파트가 너무 오래 되어 노후화된 경우는 이를 허물고 주차장이나 공원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그동안 문화정책을 몇 차례에 걸쳐 발표하고, 이병훈 문화경제 부시장도 문화·경제분야의 협력기반 등을 발표하긴 했지만 문화도시 광주의 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는 구상은 없었다.

그들이 발표한 문화정책은 낱개로는 유의미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책들이 광주의 도시비전과 함께 어울려야 하는 데 그 비전에 대한 합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의 제안은 이렇다. 새로 짓는 건축물이나 아파트는 주변 아파트나 건축물과 전혀 다른 외형 디자인과 색 디자인을 제시하고 심의를 받도록 하면 좋겠다.

광주시가 이런 내용을 천명하고 여기에 부합한 건축물이나 아파트만 건축허가를 내줄 수 있다고 한다면 건축사들도 처음부터 설계를 그렇게 할 것이다.

이 같은 건축의 과감한 변화가 일어나면 많은 사람들이 “광주에 가니 이런 독특한 아파트가 있네!”라고 인증 샷을 찍어 SNS를 통해 소개할 것이고, 다시 이것이 궁금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고, 자연스레 일자리 창출도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문화도시다운 점을 아파트에 반영하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는 문화예술 작가 레지던시 공간을 확보해 주민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목적 공간에는 작품전시나 공연발표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 공간은 주변의 문화센터, 문화원, 문화의 집 등과 연계하여 운영할 때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는 물론 문화도시 시민의 문화향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일들은 장기적으로 문화도시의 시민이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의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을 때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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