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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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소개하는 광주의 역사, 문화, 자연, 인물의 이야기 입니다.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서는 광주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문화 이야기를 발굴 수집하여 각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용이 된 잉어할머니

이 이야기는 서구 세하동 동하洞荷마을 앞 조용한 만귀정晩歸亭 연못 속에서 벌어진 일을 그리고 있어요. 물고기들 사이에서 벌어진 논의를 통해 해결해가는 과정이 드러나지요. 인간들에 의해 연못의 평화가 깨지고 있어 물고기들의 논의가 열린 것입니다.

물고기와 인간 사이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때 묻은 인간과는 달리, 순수한 물고기들의 세계를 배울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이야기는 왜,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지를 우리 인간들에게 알려주고 있어요.

이 연못에는 잉어가 많이 모여 살았지만 몰려드는 낚시꾼들이 문제였어요. 잉어들이 제대로 자랄 틈이 없을 정도였죠. 연못에는 나이 많은 잉어한 마리만 남았어요. 잉어 외에도 붕어, 메기, 가물치, 송사리와 같은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잉어와 같이 비늘이 노랗고 눈자위가 새까만 얼굴을 가진 물고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잉어는 좀 외롭고 쓸쓸하기는 했지만 그윽한 연잎 향기를 맡으면서 넓고 깊은 물속에서 마음껏 헤엄을 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저녁 무렵에 비단같이 보드랍고 매끈매끈한 잉어가 창포 잎을 깔고 막 잠자리에 들려는 참이었어요.

평소에 자기를 친할머니처럼 따르던 새끼붕어 한 마리가 허겁지겁 찾아와서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큰일 났어요. 제 동생이 실에 달린 지렁이를 빼먹다가 하늘로 올라간 뒤 돌아오질 않아요. 엄마 아빠는 저녁도 안 드시고 울고만 계세요."

새끼 붕어는 어찌 해야 할 바를 모르면서 이 연못 속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잉어할머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거 참, 야단났군. 네 동생이 낚시 바늘을 문 게로군!"

잉어할머니는 쩍 쩍 입맛을 다시면서 붕어의 집으로 달려가 붕어 엄마 아빠를 위로하는 한편,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자신이 겪은 끔찍했던 순간의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위로했어요.

"갑자기 내 몸에 섬뜩한 손길이 와 닿더니 눈 깜짝할 사이도 없이 캄캄하고 좁디좁은 바구니 속에 갇히고 말았어. 그 속에는 나의 부모님을 비롯해 여러 물고기 형제들이 갇혀있더군. 나는 두려움과 목마름에 그저 입을 쩍 벌리고 울고만 있었지."

잉어할머니는 이렇게 말하곤 입을 벌린 채 그 때의 놀란 표정을 다시 지어보였어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 당시 아버님이 해준 말을 잊지 않고 그 말을 그대로 붕어 가족에게 전했어요.

"우리는 지금 인간이라는 아주 고약하고 잔인한 족속의 손에 붙들린 거란다. 그러니 우리 어른들은 도저히 살아 나가지 못할 것이지만 어쩌면 나이 어린 너만은 살아날지도 모른다. 인간은 워낙 욕심이 많아, 약아빠져서 어린 너희들을 더 키워서 잡아먹을 궁리만 하거든. 네가 살아나거든 이 연못을 떠나 너의 외가가 있는 이 앞들 넓은 냇가로 가거라. 그리고 얼마 후 장마철이 되어 방죽물이 둑을 넘거든 그 물줄기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된다. 알았지?"

잉어할머니는 말하는 동안 말 뿐만이 아니라 그 표정과 꼬리 흔들기를 아버지가 하던 대로 똑같이 해보였습니다.

"내 아버님은 이렇게 말한 후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리시더군. 그동안 어머니는 내 볼에 자기 얼굴을 부비시면서 울고만 계셨지."

잉어할머니는 그때의 슬픔이 되살아난 듯 한동안 말이 없다가 목멘 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 갔어요.

"나는 그 얼마 후 아버님의 말씀대로 이 연못 속에 다시 던져졌고 그 후 사람들에게 부대끼면서 같은 동족들의 시달림을 받아가며 여러 번 죽을 고비를 겪었지. 그러면서 외갓집을 찾아 헤맸지만 어느 곳에도 찾을 수 없었고 모두가 허사가 되어 이곳에 다시 돌아왔어. 그리고는 홀로 살다가 이렇게 늙어 버렸어! 알고 보면 우리네 사회에서 온 식구가 오붓이 모여살기를 바란다는 건 애당초 잘못된 생각인지도 모르지!"

붕어 가족은 잉어할머니의 말을 듣고도 슬픔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그 후 그 연못에는 똑같은 일들이 반복돼 견디다 못한 물고기들이 그 방죽 안에 제일 어른인 잉어할머니를 모시고 대책을 의논하는 회의를 열게 되었어요. 회의시간이 되자 창포꽃이 노랗게 물가를 수놓은 연못가로 붕어 날치 피라미들이 긴장된 얼굴로 모여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항상 사이가 좋지 않은 메기, 가물치, 뱀장어들의 얼굴은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니네들끼리 잘해, 우린 걱정 말라고!”라고 말했어요. 이 말을 전해들은 잉어할머니는 몹시 언짢은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어요.

"여러분, 우리가 꽃향기 그윽한 이 아름다운 연못에서 편안히 지내왔는데 인간이라는 욕심 많고 고약한 동물이 우리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참으로 큰 야단이 아닐 수 없소!"

잉어할머니는 큰 목소리로 말머리를 꺼낼 때 급한 날치가 뾰족한 주둥이로 다른 물고기들을 떠밀고 나오면서 한 마디를 했습니다.

"아니, 잉어할머니, 거 참 답답하지 않소? 무턱대고 야단났다고만 하실 게 아니라 어쩌면 좋다든가, 어떻게 하자든가, 그 방법을 말씀해야 할 게 아니에요?"

그러나 잉어할머니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어요.

"우리가 살 길은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이제까지 먹곤 했던 지렁이 같은 것을 일체 입에 대지 않으면 되는 거요. 더욱이 미꾸라지나 송사리 같은, 우리 동족을 잡아먹는 고약한 것들의 못된 버릇부터 고쳐야 하오."

차근차근 말을 계속하려고 할 때 연잎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개구리가 그 옆을 나는 파리 한 마리를 날름 채먹고 쩍쩍 입맛을 다시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건 가물치나 메기 영감더러 물어 보라지, 개굴개굴"

이번에는 배가 복쟁이처럼 볼록하고 쭉 째진 입가에 송곳처럼 날카로운 수염까지 단 자가사리가 입을 벌름거리면서 말참견을 했어요.

"저, 잉어할머니, 전 그 말씀에 불만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전 생고기만 먹고 사는 놈인데, 그리되면 나 같은 놈은 아주 굶어죽어 버리란 말씀과 다름이 없잖소. 하루 종일 다방에 앉아 맹물마시고 사는, 일없는 인간들도 아침밥은 먹고 나오는데 아무런들 내가 그들만도 못하다는 말이요? 내 참."

무지스런 까만 얼굴을 한 자가사리는 제법 핏기까지 올려가며 소리를 높였으나 잉어할머니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조용한 말투로 자가사리를 타이르는 듯 말을 계속 이었습니다.

"이 연못 속에는 우리끼리 아웅다웅 싸우거나 서로 잡아먹지 않아도 먹고 살 것이 얼마든지 있어. 산에서 흘러내리는 고소한 나무열매, 풀잎에서 떨어지는 갖가지 벌레들, 그리고 연잎 위에 진주알처럼 고였다가 흘러내리는 맑은 물방울, 나는 한평생을 살면서 같은 동족을 조금도 괴롭히지 않고 그런 것만 먹고 지금까지 살아왔어. 너도 이제부턴 같은 동족을 해치는, 그 고약하고 모질스런 짓은 하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그리고 한층 목청을 높여 모두를 향해 말했어요.

"여러분, 만약 여러분이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이곳의 안녕과 평화는 말할 것도 없고, 여러분 자신의 목숨까지도 지탱할 수 없을 테니 깊이 명심하시오."

잉어할머니의 긴 말은 여기서 끝을 맺었어요. 이제 남는 것은 연못 속에 사는 물고기들의 결정뿐이었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물고기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잉어할머니의 말에 따르기로 굳게 맹세를 했다. 하지만 그때 그곳에 없었던 가물치, 메기, 뱀장어는 자가사리가 일러바친 그 소식을 듣고 코웃음을 칠뿐이었습니다.

그들은 제각기 한마디씩 빈정거리면서 입을 삐죽거렸어요. 그 후 잉어할머니 말씀에 순종한 물고기들은 지렁이를 무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낚시꾼들이 먹이를 지렁이가 아닌, 미꾸라지나 개구리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이 연못 속에 살던 가물치, 메기, 뱀장어와 같은, 생고기 좋아하는 사나운 물고기들은 앞을 다투어 그것을 물고 채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랜만에 그곳에는 진정한 평화가 찾아왔어요. 그리고 그 후로도 여러 번 연꽃이 피고지고 많은 세월이 조용히 흘러갔습니다.

그동안 잉어할머니는 그 곳 모든 동족 물고기들의 존경과 극진한 사랑을 받으면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던 어느 가을날의 일이었어요.

갑자기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일고 장대같은 비가 그 연못을 내리 덮더니 잉어할머니를 감싸고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비구름 속에 하늘로 올라가는 잉어할머니의 모습은 잉어가 아닌, 마치 용이 꼬리를 흔들며 올라가는 듯 했어요.

그때 그 광경을 본 것은 유일하게 연잎 위에 앉아 낮잠을 자다가 깬 개구리뿐이었습니다. 평소에 말썽꾸러기 개차반으로 이름난 그 놈도 용이 되어 승천하는 잉어할머니의 그 장엄하고 거룩한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그만 넙죽 큰 절을 했지요. 개구리가 공손히 앞발을 모으고 엎드려 절을 하는 버릇이 생긴 것은 바로 이때부터라고 합니다.


서구 세하동 동하마을은세하동 동북쪽에 있는 큰 마을로, 마을 뒤에 백마산과 옥녀봉이 솟아 있고, 마을 앞에는 송정 평야의 넓은 들이 펼쳐져 있다. 그 들판 가운데로 극락강이 흐르고 있다. 조선 초에 청주한씨가 들어와 생성된 마을로, 마을 앞에 연꽃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 앞 1000평 남짓한 연못 안에 만귀정, 습향각, 묵암정사 등 정자가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누리집 게시물 참고자료

저자(연도) 제목 발행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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