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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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명(鄭弘溟) 기암기(畸庵記)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의 시문집 《계곡집(谿谷集)》권3 / 잡저(雜著) 편에 '서석산부 뒤에 제함[題瑞石山賦後]'이란 제목으로 정홍명鄭弘溟(1582~1650)을 평했다.


기암자(畸庵子 정홍명(鄭弘溟)는 체격도 작은 데다 병에 많이 시달려 언뜻 보면 초췌하고 왜소한 하나의 남자에 불과할 뿐인데, 그가 지은 서석산부(瑞石山賦)를 보니 광대하고 기걸차고 탁절(卓絶)하고 엄려(嚴厲)하여 그 토해 내는 기염(氣燄)이 무시무시하기만 하였다. 재자(才子)는 참으로 헤아릴 수가 없는 법, 이를 인해 상쾌한 느낌을 갖게 되다.

○ 기옹(畸翁)의 글을 보건대, 소작(小作)의 경우는 대부분 소루하고 느슨하여 묘한 경지에 이른 것이 드문 반면, 그 웅사(雄詞) 대편(大篇)을 보면 기걸차서 남의 추종을 불허하니, 그는 대체로 크게 쓰는 데에는 능하고 작게 쓰는 데에는 재주가 모자란 사람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그를 만약 하늘로 날아오르고 물속에 잠기는 등 대소의 변화를 측량할 길이 없는 신룡(神龍)과 비교한다면 물론 조금 양보해야 할 점이 없지 않겠지만, 고래가 땅덩어리를 집어삼키고 자라가 삼신산(三神山)을 내던지듯 하는 면이 있어 또한 일세지웅(一世之雄)이 되기에 충분하니, 아, 대단하다 하겠다.


[주-D001] 고래가 …… 내던지듯 하는 : 《진서(晉書)》 효회효민제기찬(孝懷孝愍帝紀贊)에 “자라가 삼신산을 동댕이치고 고래가 땅덩어리 집어삼키네.[鼈墜三山 鯨呑九服]” 하였다.


또한 《계곡집(谿谷集)》권8 / 기(記) 편에는 '기암기(畸庵記)'가 있다.


조화(造化)의 공이라는 것도 음양(陰陽)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음양의 수(數) 역시 기우(奇偶 홑과 겹. 즉 홀수와 짝수)일 따름이다.
양의 수는 ‘홑[奇]’이니 홑은 외롭게 마련이고, 음의 수는 ‘겹[偶]’이니 겹은 짝이 있게끔 되어 있다.
이를 유추하여 사물에 적용해 보면, 홑은 어울리기 어렵고 주체성이 강하며 도와주는 이가 없는데 그 부류는 속성상 군자가 되고, 겹은 서로들 빌붙으며 기회 포착을 잘하고 원조해 주는 이가 많은데 그 무리는 속성상 소인이 된다.
그런데 사람의 보편적 정서로 볼 때 이익을 좋아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반면 의리를 지키는 경우는 드물기만 하다. 이런 까닭에 너나 할 것 없이 겹에 속하는 것을 선호하면서 홑의 처지가 되는 것은 꺼리고들 있는 것이다.
오천(烏川 영일(迎日)의 옛 이름) 정자용(鄭子容 자용은 정홍명의 자(字))이 자기 거처를 기암(畸庵)이라고 명명하였는데, 이 ‘기(畸)’는 바로 ‘홑’이라는 ‘기(奇)’의 뜻과 같다. 그래서 내가 언젠가 그에게 힐문하기를,
“대저 기(畸)라고 하는 것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바인데, 어찌하여 그대만 유독 이를 취하여 자호(自號)로 삼는 것인가. 그리고 그대로 말하면 무척이나 기(畸)의 환경 속에 떨어져 있다고 할 것인데, 어찌하여 그만 염증을 내고 청산해 버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인가.”
하였더니, 자용이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다. 내가 유독 기(畸)의 처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바로 현실이 그러하기 때문에 감히 사양하지 못하고 취한 것일 따름이다. 내가 그대에게 기(畸)에 얽힌 나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겠다.
나의 선인(先人 정철(鄭澈)을 말함)께서는 몸가짐을 정결(貞潔)하게 지켜 오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허투루 내놓은 적이 없으셨고 조정에서는 강직한 면모를 보이며 털끝만큼도 국가를 등진 일이 일찍이 없으셨는데, 그만 거꾸로 세상의 엄청난 비난을 한 몸에 뒤집어쓴 채 억울하게도 신원(伸寃)되지 않은 지가 지금 벌써 20년이 되었다.
그리고 불초(不肖)인 내가 선인께서 남겨 주신 가르침을 받들어 계속 문학에 정진하면서 밤이고 낮이고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으니, 비록 견문은 넓지 못하다 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세상 사람들 사이에 끼일 수 있으리라고도 여겨진다. 그런데 시대의 버림을 받은 채 불우한 처지에 빠져 고난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거리낌없이 배척이 가해지고 무책임하게 짓밟는 행동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사귀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지고 친척마저도 돌아보지 않게 된 나머지 뜨내기처럼 떠돌아다니면서 스스로 편히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세상의 이른바 기자(畸者)치고 나만큼 혹독한 처지에 빠진 경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만약 아름다운 이름을 도둑질하고 그럴듯한 호칭을 내세우면서 스스로 으스대려고 한다면 어찌 안 될 것이 있기야 하겠는가마는, 어떻게 내가 감히 실상을 숨기고 거짓 칭호를 가탁하여 식자들의 꾸지람을 중하게 자초할 수가 있겠는가.”
하기에, 내가 말하기를,
“훌륭하다, 자용의 뜻이여. 곤궁한 처지에서 자신의 신조를 바꾸지 않고,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타인을 원망하지 않으며, 지조를 굳게 지키면서 그 말이 방자하지 않고, 압축된 형식 속에 드넓은 내용이 함축되고 있으니, 그 명호(名號)를 보기만 하면 그가 바로 그런 인물임을 믿을 수가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대가 기(畸)의 상황에 처한 것을 병되게 여길 것이 뭐가 있겠는가. 천도(天道)의 입장에서 보면, 양(陽)만 늘 있고 음(陰)이 없을 수도 없으며, 동시에 늘 음만 있고 양이 없을 수도 없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괘(否卦)와 태괘(泰卦)가 서로 뒤를 잇고 박괘(剝卦)와 복괘(復卦)가 서로 이어받게 되는 것인데, 치란(治亂)과 궁통(窮通)이 상호 엇바뀌어 성쇠(盛衰)를 거듭하는 이것이 바로 정상적인 이치라고 하겠다. 따라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면 군자가 우(偶)의 입장에 서게 되는 반면 소인은 기(畸)의 입장이 되고, 혼탁하고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게 되면 역시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운세는 일정함이 없다 하더라도 선비의 지조만은 확고하게 정해진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니, 옛날부터 군자가 고달픈 처지에 빠졌다고 하여 자기의 절조를 바꾼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옛날 사람들을 보면 험난한 지경에 처했다가 뒤에 가서 뜻대로 풀린 경우도 있었고 처음에는 곤궁했다가 나중에 형통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가령 좋은 세상을 끝끝내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또한 충분히 자적(自適)할 수가 있는 것이니, 어찌 그것을 병되게 여기고 말 것이 있겠는가.
지금 자용으로 말하면, 빛나는 문채와 확고한 뜻을 갖추고 있는 위에 지조를 지키며 몸가짐을 단속하여 선대(先代)의 공업(功業)을 실추시키지 않고 있으니, 위에 계신 성명(聖明)께서 어찌 유독 그만 기(畸)의 처지에 오래도록 놔두시기야 하겠는가.
장주(莊周)는 말하기를 ‘기인(畸人)이란 세속과는 맞지 않지만 하늘과는 화합하는 사람이다.’고 하였다.
대저 세속과는 맞지 않아도 하늘과 화합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하다고 할 것인데, 더더구나 또 두 가지를 모두 얻으려고 해서야 되겠는가. 자용은 힘쓸지어다.”
하였다.


[주-D001] 기인(畸人)이란 …… 사람이다 :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나오는 말이다.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누리집 게시물 참고자료

저자(연도) 제목 발행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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