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진수, 당연 '백조의 호수'이다. 하얀 의상과 옆으로 펴진 짧은 치마를 입은 무용수가 한 발로 꼿꼿하게 서서 무대를 감싸안은 듯 회전하는 모습과 그 때의 배경 음악은 늘 눈과 귀에서 맴돈다.

광주에 '백조의 호수'가 처음 시민들에게 선보인 것은 42년 전, 1976년 광주시립무용단(현 발레단) 창단 기념 공연으로 ‘백조의 호수’ 2막이 무대에 올린 때이다. 무대·의상·조명 등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광주 시민에게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전 발레를 선보였던 역사적인 날로 기록된다. 

당시 ‘백조의 호수’는 국립발레단도 1974년 2막 공연만을 올렸을 뿐, 전막 공연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광주에서 공연한 ‘백조의 호수’는 당시 발레계의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후 ‘백조의 호수’는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팬들을 만나왔다. 

7월 13~15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 오르는 ‘백조의 호수’는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기록을 새롭게 한 작품이다. 60명이 넘는 무용수가 무대에 선보이고 오케스트라·무대 연출·제작진 등 150여명이 함께한 작품으로, 역대 발레단 작품 중 최고 규모다.

세계적인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와 거장 최태지 감독,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시립발레단만의 독창적인 클래식 콘텐츠로 탄생됐다. 특히 시립발레단 최초 해외 로열티를 확보한 작품으로, 광주를 세계에 알릴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국립발레단을 통해 2001년 처음 선보인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의 ‘백조의 호수’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립발레단의 굳건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채 그의 천재성과 예술성을 보여준다. 더욱이 1967년 초연 이후 반세기에 걸친 그의 고뇌가 광주시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디테일 한 수정을 거치며 진화 중이다.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선보일 이번 ‘백조의 호수’ 중 가장 큰 특징은 악마 로트바르트에 대한 해석이다. 다른 버전에서는 지그프리트 왕자와는 별개의 인물인 악한 마법사로서 표현되지만 이번에는 악마가 지그프리트 왕자의 또 다른 내면, 즉 ‘악의 근성’으로 표현된다.

이렇게 상반된 성격이 한 인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백조의 호수’를 보는 관객들은 누가 나쁘고 좋고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둘 다 인간이 갖고 있는 본성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안무가가 지닌 예술 철학의 일면을 무대로 표현해내었다는 것이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사자막(stage screen)과 다양한 무대장치, 조명들로 나타내는 변화무쌍한 무대 퍼포먼스도 충분한 볼거리가 될 듯 싶다. 

총 2막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에서는 1막과 2막에 추가된 ‘왕자와 악마의 2인무’와 ‘광대의 36회전’, 궁정의 왈츠군무, 2막 각 나라 공주의 춤에 새로 삽입된 ‘러시안 춤’과 기존 버전보다 솔리스트들의 기량이 더욱 보강된 민속춤의 묘미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세계를 누비는 우리 무용수들이 시립발레단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워싱턴 발레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은원, 국립발레단을 대표하는 수석무용수 이동훈, 베테랑과 신예를 망라한 시립발레단의 신송현, 보그단 플로피뉴, 강은혜, 이기행 등 스타 플레이어가 캐스팅 돼 서로 다른 색깔의 무대를 보여준다.

배경이 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전 창원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박태영이 지휘를 맡으며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대표 김유정)가 연주한다. 특히 러시아 유수 프로덕션 제작진의 전격 참여도 기대를 끈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조명디자이너 페레발로프 알렉세이, 의상디자이너 엘레나 돌갈레바, 크라스노다르 시립극장의 무대디자이너 미하일 사포쥬니꼬브, 트레이너 라치콥스키 올레그와 바슈첸고 올가 등이 함께 내한한다. 유리 그리고로비치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최고의 제작진들이다. 

‘백조의 호수’ 공연 예매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누리집(gjart.gwangju.go.kr). 문의 062-522-8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