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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발산마을에서 깨달은 '틀딱충' 단어 없애는 방법

광주광역시 서구 양동에는 도심 속 덩그러니 위치한 달동네가 있다. 이름은 '발산마을'. 아래로는 광주천이 흐르고 위로는 광천초등학교이 있어 학생들의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 곳이다. 요즘에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이곳은 공-폐가로 가득한, 굉장히 낙후된 마을이었다.

1970년대에 방직공장이 들어오면서 전국의 여공들이 모여들었던 이곳은 90년대 이후 공장의 쇠퇴와 함께 여공들이 떠나면서 생기를 잃었다. 그러다가 2015년 여름 도시재생 사업과 함께 청년들이 입주하면서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청춘 발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발산마을은 새로 태어났다.

내가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이 마을에 처음 왔을 때가 기억난다. 발산마을은 집집마다 개 짓는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고 가마솥에 밥 짓는 냄새가 그윽하게 퍼지던 곳이었다.


어르신들은 생전 처음 보는 남의 집 아들딸들에게 "발산마을을 잘 부탁합니다"라며 멋쩍은 미소를 지으셨는데, 사실은 우리를 못 믿는 눈치였다. "총각은 여서 뭐 할라요?" 한 할머님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앳된 얼굴을 한 청년들이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측은한 마음에 물었지 싶다. 애 취급하는 뉘앙스가 썩 좋지만은 않았지만 티를 내진 않고 그냥 모르겠다고 둘러댔다.

나의 엄마는 공장에서 일하는 30대 청년이었다. 엄마가 일하러 나가면 할머니가 어린 나를 돌봐주셨다. 할머니는 갯벌에서 캔 조개를 팔아 돈을 벌어서 내 간식을 사주셨고 자전거와 롤러스케이트도 사주셨으며 항상 "내 강아지 내 강아지" 하셨다.

가끔은 경로당에 데려가 친구들을 소개해 주며 하루의 반을 나와 함께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70년의 나이차를 뒤로한 채 어르신들과 춤추고 노래 부르고 그랬으니까.

그렇다고 발산마을 어르신들까지 처음부터 편하게 생각할 수는 없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 넘게 이 마을을 지키던 분들에게 우리는 그저 경계의 대상이고 외지인일 뿐이었다. 샛노란 머리카락에 팔에는 타투가 있는 청년들도 있었으니 달갑지 않게 느껴질 만했다.
 
도시화된 현대사회에서 노인과 청년이 어울리는 광경을 보는 건 쉽지 않다. 오늘날 노인은 냄새나고, 억세고, 교양 없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다. 사람을 '화폐 가치'로 평가하고 지식이나 기술이 없다고 멸시하는 것이다. 물론 대놓고 어르신들에게 '이 쓸모없는 영감탱이야!'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노인혐오 해결하려면, '한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
 
이 갈등의 핵심은 '노인'이 아니라 노인 '빈곤'에 있다. 같은 나이대에 대기업 회장으로 있는 어떤 할아버지를 우리는 혐오의 타깃으로 삼지 않는다. 그들은 나이는 많지만 경제력이 있기에 숭배의 대상이 되고, 오직 빈곤하고 못 배운 노인만이 혐오의 대상이 된다. 아쉽게도 '틀딱충', '홀애비충', '개버이' 등의 인터넷 용어를 만들어 유희로 소비하는 청년들과, 요즘 애들은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청년들을 나무라는 노인들 사이에는 약자와 더 약자간의 소모적인 논쟁만 있을 뿐, 무엇도 개선되지 않는다.

음식도, 쇼핑도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젊은이들과 달리 노인들은 디지털 시대에 중압감을 느낀다. 스마트폰은커녕 시내버스에서 카드를 쓰는 것도 버겁다. 10초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인터넷 뱅킹도 할 수 없어, 어르신들은 직접 통장을 들고 은행으로 걸어가야 한다.

나에게 "총각은 여서 뭐 할라요?" 라고 물었던 할머니를 다시 떠올린다. 그 할머니는 전쟁과 피난을 겪었고,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운동, 그리고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보급화된 디지털 시대를 모두 한 몸으로 받아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그저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노인들은 숨이 벅찰 것이다.

그런 어르신들을 위해 발산마을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이 디지털카메라를 배워 마을 곳곳을 촬영하고, 출력한 사진을 경로당 담벼락에 걸어 전시한다. 분기별로 마을 미술관에 작품을 올리고 축제를 열어 주민들이 작품을 소비하기도 한다.

또 매주 화요일은 조를 짜 새벽부터 마을의 쓰레기를 줍고,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시면 '가마솥 공동체'를 열어 방문객을 환대한다. 화단을 가꾸고, 주방용품을 만들어 플리마켓 셀러로 참여하고, 마을을 홍보하는 영상콘텐츠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하신다. 이렇게 어르신들이 주체가 되어 마을을 가꾸고, 청년들은 그 발걸음에 맞춰 함께 호흡한다. 

결국 한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 약자성을 이해하고 그 약자에게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배려심을 지니는 것, 그러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청년에게 남은 과제다. 결국엔 우리도 늙고, 우리의 자식들이 청년이 된다. 이 고민을 멈춰선 안 된다. 우리는 한 마을에서 살아야 한다.

<2019.3.26.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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