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첩고(報牒攷)- 光州牧使

○ 영조(英祖) 39년(1763) 8월 초7일

환자(還上) 유고(留庫) 중에서 가분(加分)할 것을 청하는 일을 순영(巡營)에 보고하다

첩보(牒報)하는 일. 사또(使道)의 감결(甘結 상급 관청에서 하급 관청으로 내리는 공문)에 따라 본부(本府)에서 환자(還上)를 분류(分留 환곡의 분급(分給)과 유치(留置))한 내용을 정리하여 얼마 전에 보고하였습니다.

부의 환자가 원래 넉넉하지 않아 비록 평년에 나누어 대여할 적에도 매양 부족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구나 작년에는 환자를 감해 받아들인 바람에 금년 봄에 나누어 지급할 때 턱없이 부족하였으므로 조정에서 하령(下令)한 5분의 1을 가분하는 것 이외에 더 가분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자진해 보고한 내용이 이미 전 사또가 올린 장계(狀啓) 중에 들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유고(留庫)한 나머지 수량이 많지 않으니만큼 이를 봉부동(封不動)으로 삼아 흔들리지 말고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목전의 민정(民情 백성들의 사정과 형편)이 실로 너무나도 매우 급박하고 매우 안쓰럽습니다. 지금 당화(棠化)가 새로 막 유행하는 날을 당하여 감히 감추고 아뢰지 않을 수 없기에 대뜸 이렇게 어리석음을 무릅쓰고 번거롭게 아뢰는 바입니다.

본부(本府)에서 원래 남아 있는 환자가 많지 않으므로 민간(民間)에서 여름을 나는 밑천이 오로지 가을의 환자에 달려있습니다. 그런데 분기가 지난 지 이미 오래되어 백성의 굶주림이 특히 심하므로 곡식을 대여해 줄 것을 청하는 호소가 지난달부터 이미 극도로 분분해졌습니다. 전 사또(使道)가 감영(監營)에 있을 때에 이러한 사정을 보고하여 청하였으나 허락하는 제사(題辭)를 받지 못하고 그대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민간의 형세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놓여서 밥을 짓는 집이 10분의 1, 2밖에 되지 않으므로 백성들이 부황(浮黃)이 들어 장차 쓰러져 죽을 것 같습니다. 그 매우 위급한 상황이 봄에 진휼(賑恤)을 설치하여 곡식을 나누어 대여해 줄 때보다 더 심하므로 심지어는 아직 익지 않은 곡식을 미리 베어다 쪄서 일시의 급한 상황을 구제하였습니다.

한 톨마다 고생이 깃든 곡식이 미처 성숙하기도 전에 베어갈 적에 소출의 다소와 득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전혀 돌아보지 않고 있으니, 다급한 형세와 애긍한 정경을 그림으로 그려서 올리지 않아도 멀리 내다보시는 명감(明鑑) 속에 상상이 되실 것입니다.

노쇠한 무리들이 기어와서 서로 번갈아 슬프게 호소하며 남아 있는 곡식을 나누어 대여해 달라고 애걸하였습니다. 이렇게 날마다 계속 찾아와 밤을 지새우며 물러나지 않고 말하기를, “굶주림을 참고 농사를 지은 끝에 장차 새 곡식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굶어 죽게 되어 원통하오니, 잠시 곡식을 대여해 주어 연명하였으면 합니다.”라고 하면서 마지않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에 환자를 나누어 대여해 줄 것을 청하는 것은 이미 법에 벗어난 일이므로 스스로 황송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백성의 곤궁이 매우 심한 상황을 목격하고 일신의 죄는 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에 감히 고인(古人)이 당(棠)의 창고를 열어 굶주린 백성을 구휼한 의의를 가지고 새로 부임하여 왕화(王化)를 선양하는 사또(使道)께 우러러 호소하오니, 굶주린

백성 중에서 특히 시급한 자를 정밀하게 선발한 다음 남아 있는 유고(留庫)의 곡식으로 1승(升) 1두(斗)를 계산하여 조금씩 나누어 주어 시일의 급박한 상황을 구제해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특별히 참작하여 하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사(題辭)

본부(本府)에 유고(留庫)한 환곡(還穀)의 수량이 많지 않는데, 이때에 가분(加分)을 청한 것은 법에 벗어난 일이므로 시행을 허락할 수 없다.

[주-D001] 가분(加分) : 

환곡(還穀)을 규정된 수량을 초과하여 대출(貸出)하는 것을 말한다. 환곡에는 유(留)와 분(分)이라는 것이 있어서, 대출하지 않는 것을 유, 대출하는 것을 분이라고 한다. 절반 유, 절반 분하는 것이 원칙이나 경우에 따라 1류 2분, 2류 1분, 진분(盡分), 전류(全留)하는 일이 있는데, 1류 2분의 경우와 같은 것을 가분이라고 함.

[주-D002] 봉부동(封不動) : 

비상대비용인 물건을 쓰지 못하도록 창고에 넣고 굳게 봉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함.

[주-D003] 당화(棠化) : 

창고의 곡식을 풀어 백성을 구제해 주는 덕화(德化)라는 의미이다. 《맹자(孟子)》 〈진심 하(盡心下)〉에, “제(齊)나라에 기근(饑饉)이 들었다. 진진(秦臻)이 맹자에게 말하기를, ‘온 나라 사람들이 모두 「선생님께서 예전처럼 제왕(齊王)에게 당(棠)의 창고를 열어 백성을 구휼하라고 할 것이다.」라고 합니다만 지금 다시 그렇게 말할 수 없겠습니다.’라고 하였는데, 그 주에, ‘맹자가 일찍이 제왕을 권하여 당읍(棠邑)의 창고를 열어 빈궁한 백성을 구휼하였으므로 당시의 사람들이 힘을 입었다.”라고 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