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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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소개하는 광주의 역사, 문화, 자연, 인물의 이야기 입니다.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서는 광주와 관련된 다양한 역사,문화 이야기를 발굴 수집하여 각 분야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평호수 주막 사건

전평호수 방죽가에 옛날에 주막이 있었지요. 마을에도 주막이 있었지만 한 청년은 엄한 아버지가 두려워서 가까운 주막은 가지 못하고 방죽가 주막을 자주 찾아갔어요. 찾아오는 손님도 당시 그 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주 고객이었고, 미인 접대부가 있는, 그럴싸한 곳이었습니다. 어느 해 여름날 그곳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대동아전쟁이 한참인 1942년 일본 동경에서 유학 중인 C씨는 한 달이 넘는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날씨가 무더운 날, 광주에 사는 친구가 놀러오게 되자 방죽가 주막을 찾았습니다. 파란 물가, 버드나무 고목 밑 산뜻한 주막집에서 점심 때가 좀 지난 시간이었어요. 대낮에 북소리가 나고 젊은 여자의 노랫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흥에 겨웠지요.

그때 그 집의 풍치에 알맞은 노래로서 주막집의 18번곡인 듯 싶은 일본가요 호반湖畔의 여관’(Kohanno Yado)이 들려 왔구요. 노랫소리가 나는 큰방에는 주재소(지금의 지서)의 수석(지서장)과 면사무소 간부가 함께 있었는데 뇌물성 술대접 자리였던 것입니다.

C씨는 친구와 함께 갓 방에 들어갔습니다.

윗목에 젊은 여인이 다소곳이 앉아 술시중을 들었고, 막걸리 두 되짜리 주전자로 술잔을 주고받으며 젓가락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불렀어요. 하필이면 일본인이 가장 싫어하는 울밑에 선 봉선화조선말이었습니다. 큰방에 있는 일인 순사를 의식한 저항의 몸짓이었죠.

얼마가지 않아 조선 노래를 하지 말라는 전갈을 보내 왔어요.

C씨와 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젓가락으로 술상 두들기는 소리를 더욱 높여가며 노래를 불렀지요. 그러자 남자주인은 혹여 시끄러워질까 걱정이 돼 이들 앞에서 방바닥에 고개를 쳐 박고 조용히 떠나주라고 통사정을 했어요. 그러나 C씨는 사뭇 단호하고 당당하게 말하며 거절했습니다.

못가요. 지금 같은 전시에 경찰관이 백주대낮에 주막에 앉아 여자를 끼고 술타령이라니 그런 비국민이 어디 있소? 그 사람들더러 가라고 하쇼.”

집주인의 사정은 거의 비명에 가까웠습니다. 일본인 주재소 수석이라면 우는 애도 울음을 뚝 그친다는 절대 권력을 가진 존재인데다 전시를 빙자한 그들의 지배와 간섭은 무소불위로 끝 가는 데가 없었고, 그들에게 미움을 사면 누구도 무사할 수가 없을 정도의 권력이었어요.

흰 머리가 듬성한 주막 집주인은 체면불구 젊은이들 앞에서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방바닥에 고개를 쳐 박은 것이 마음에 걸렸던 지 미안한 생각이 들고 해서 두 사람이 막 일어서려는 참이었는데 성급한 일본인 수석이 패도佩刀를 손에 들고 그 방으로 쳐들어 왔습니다.

거기 앉아. 이 자식들 너희들 반일주의자인 불령 조선인’(일본에 불만을 품고 항일행동을 하는 조선사람)이지? 그 학생복도 가짜고, 홍 순사 저놈들을 묶어서 주재소로 끌고 가.”

수석은 눈을 부라리며 곁에 서 있던 홍 순사에게 명령을 했습니다. 뒤따라 온 홍 순사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떨구고 있었죠. 그는 C씨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정도를 가지고 수갑을 채워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C씨의 집안을 무척 존중하는 터였습니다.

홍 차석, 왜 얼른 수갑을 안 채워? 저놈들 자네가 아는 놈들인가?”

C씨가 홍순사의 대답이 있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우리도 술손님이고, 당신도 같은 술손님인데 우리는 잡혀가고, 당신은 잡아가고 그런 억지와 모순이 어디 있소? 더구나 댁은 경찰이 아니시오. 이런 평일 날 근무시간에 여잘 끼고 술판을 벌이다니, 그 조선인 여자를 당신은 여자 정신대로나 알고 있는 게 아뇨?”

그 자리에 있던 홍순사와 변간부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서로 얼굴을 마주봤어요. 여자정신대라는 말은 일본군부와 일부 특수계통 관리만이 아는 일종의 군사기밀이었기 때문입니다. C씨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들은 일본인 수석도 얼굴빛이 달라졌어요.

, 정신대? 너 그 말 어디서 들었어?”

수석은 홍순사의 허리에 있는 수갑을 빼들고 물었습니다.

당신의 모국 일본에서 들었소. 그것도 당신과 동족인 일본인 신문기자에게 말이요.”

너 공산주의자지? 너에게 그런 말을 한 신문기자 그놈도 그렇고?”

수석의 얼굴이 노기와 경악으로 빨갛게 달아올랐어요.

여자정신대 문제는 일본군부에서 기획하고 실행 중인 특수전략이기 때문에 그 실상은 당신도 잘은 모를 겁니다. 나에게 말한 그 분 말로는 조선여자론 모자랄 테니까 곧 일본인 젊은 여자도 끌려갈 거라고 합디다.”

C씨는 오히려 침착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C씨는 사정을 해서 같이 간 친구를 돌려보내고 자기혼자 주재소에 동행을 했어요. 그동안 면간부의 귀띔으로 C씨의 집안이 일본인 고위층 인사들과도 교분을 갖는 권세가로, 그리 만만찮은 상대라는 것을 수석도 알게 된 것입니다. 주재소에 당도하자 수석은 부하에게 시키지 않고 자기 자신이 직접 심문을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여자정신대문제는 입 밖에 내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작성한 심문조서를 C씨의 면전에서 박박 찢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웃는 얼굴이 되어 말했어요.

나는 가난한 시골 농부의 아들로 소학교 고등과 밖에 못나온 무식쟁이라네. 그래서 그 자격지심으로 더러 난 독한 짓도 했지. 알고보니 자네는 좋은 가정에서 공부도 많이 하고 장래가 창창한 사람 아닌가. 앞으로 큰일을 할 사람이 한때의 혈기로 앞날을 그르쳐선 안 되지. 오늘 젊은 자네에게 배운 것이 많네.”

그는 C씨의 두 손을 아프도록 꽉 쥐었어요. 일인 수석 그도 역시 사납고 모진, 갈데없는 일본경찰이었지만 그 성질 값을 하는 호쾌한 일면도 있었지요.

이 사건으로 인해 C씨는 부친의 엄명을 받아 여름방학을 고향집에서 더 보내지 못하고 동경으로 추방되는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고 합니다.

※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누리집 게시물 참고자료

저자(연도) 제목 발행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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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남구문화원(2001) 광주남구향토자료 모음집Ⅰ 인물과 문헌 광주남구문화원
광주남구문화원(2001) 광주남구향토자료 모음집Ⅱ 문화유적 광주남구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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