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에서 알려드리는 다양한 전시 입니다.
광주광역시서구문화원에서는 광주, 전남의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소식과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루오 티안(Luo Tian)의 색다른 전시가 광주에서 선보였다. 그녀는 중국에서 태어나 독일과 포르투갈에서 공부하고 예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이자 큐레이터이다. 그녀의 다양한 국가적 배경은 예술적 다양성을 북돋우기에 충분할 것 같다.
그녀는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녀는 중국 둔황(敦煌)의 모가오 석굴(莫高窟) 벽화와 불교미술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다거나, 전통적인 소재와 기법을 새롭게 변형하여 작품에 적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광주 ‘생각상자 갤러리’에서 선보인 ‘Blazing Beacon’ 시리즈는 중국 둔황의 불교벽화와 그 색채에서 영감을 얻었다. 둔황은 실크로드의 요충지이며 모가오 석굴은 불교미술의 정점에 선 유산이다. 이곳엔 735개의 동굴과 방대한 규모의 벽화가 남아 있다.
루오 티안은 이같은 유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각과 혼합매체 기법을 활용하여 재해석하였다. 벽화의 물리적 질감을 현대적 매체로 치환하려는 의도로 전통적 회화 기법뿐만 아니라, 오브제 및 판화 형식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루오 티안의 작품은 손으로 직접 바느질한 요소가 돋보인다. 이는 혼합 재료의 활용을 통한 전통 공예와 현대적 실험정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수공예적 감성과 시간성을 드러내는 효과이다. 그리고 모가오 석굴 벽화에서 발견되는 적색, 황색, 청색 계열의 색조가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데, 동양적인 정서와 역사성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였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루오 티안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서사 구조가 나타난다. 둔황이라는 과거의 신성한 공간이, 현대적 시각언어를 통해 다시 해석되면서 하나의 동시성을 형성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루오 티안의 작품은 단순히 역사적 유산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오늘날의 시각적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특히 ‘Blazing Beacon’ 시리즈는 불교적 신앙과 동양적 미학을 바탕으로 하지만, 그 표현 방식에서는 현대적 조형 언어라고 할 수 있 있다.
이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실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녀는 작품에서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과거를 현대적 맥락에서 재조명하고 미래 가능성을 탐색하는 예술적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미술이 전통적 이미지와 서사를 활용하는 방식이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방식이 얼마나 혁신적인가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그녀의 작품이 늘 혁신적일 필요는 없지만 “단순한 차용인가, 재창조인가?”와 “역사적 흔적을 ‘소재’로만 소비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는 있을 것이다.
판화적 기법을 이용한 반복성과 텍스처의 강조는 분명 효과적인 표현 방식이지만, 이러한 기법이 작품의 서사적 깊이를 더하는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다. 만약 단순한 기법적 실험에 그친다면, 오히려 작품의 서사성이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둔황 벽화의 요소를 재구성하는 방식이 보다 철학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 기법으로 변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새로운 담론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루오 티안의 예술 세계는 “과거의 기억을 현대적 감각으로 변주하며, 동시대적 해석을 통해 예술적 재탄생을 이루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는 곧 현대미술의 중요한 방향성이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예술적 융합의 보편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그녀의 작업이 단순한 전통의 재현을 넘어서서 새로운 예술적 개념을 확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보다 강한 개념적 기반과 독창적인 조형 언어의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루오 티안은 독일의 Internationale Hochschule에서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했고, 국제적인 예술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의 MIMA International Program에서 ‘젊은 예술가상(Outstanding Young Artist)’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의 작품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중국 등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전시되었으며, 특히 밀라노 중심부의 메트로 회랑에 대표작이 영구 전시되는 영예를 얻었다. 또한 AAMA국제미술전, 아시아미술전, 국제판화트리엔날레 등 다양한 국제 전시에도 참여했다.
갤러리 생각상자 2025.3.6.~3.18.